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주위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지. 예전에는 전혀 이상할 것 없었던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어. 텔레비젼의 드라마, 쇼프로들... 핸드폰과 이동통신사의 광고들... 신문기사들, 동네마트와 슈퍼... 새벽에 집을 나서는 늘 보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 참 이상하지. 어느 순간 알겠는거야. 아주 교묘한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내가 왜 거대한 톱니바퀴의 일부를 하루도 쉬지 않고 돌려야만 하는지도. 어떻게 그들이 우리로 하여금 자발적인 의지라는 착각으로, 굴레를 도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드는지도. 그래서 더더욱 느꼈어. 바로 나같은 사람을 서민이라고 부르는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소작농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 지친 하루를 달래던 드라마에서 세상에 대한 온갖 판타지와 세계관을 다운로드 받게 되는. 난 결코 좌파를 좋아하진 않아. 하지만 이 나라는 정말 정교하게 썩어 있어서 나를 화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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